사무엘 하 8장 1절-8절, 주석 및 해설 정리
사무엘 하 8장 1절부터 8절까지의 말씀은, 다윗이 주변의 여러 국가들 가운데 블레셋과 모압, 그리고 소바 왕 하닷에셀과 아람을 굴복시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다윗이 가는 곳마다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본문을 개역개정 성경으로 묵상하면서 주석 및 해설을 정리하였습니다.
사무엘 하 8장 1절-8절, 주석 및 해설 정리
사무엘 하 8장 1절
그 후에 다윗이 블레셋 사람들을 쳐서 항복을 받고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서 메덱암마를 빼앗으니라
1절-14절의 개요
통일 이스라엘 왕국을 건립한 다윗(5:1-5)이 최초로 수행한 정복 전쟁에 대한 기록이다. 이 정복 전쟁에서 다윗은 블레셋, 모압, 암몬, 아말렉, 아람, 에돔 등을 차례로 정복하고 그들을 조공국으로 삼았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일약 근동 지역의 최강국으로 변모하는데 이는 과거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언약(창 12:7, 15:18-21)의 성취라는 의의를 지닌다.
그 후에
우리는 이 말 때문에 본 장에 기록된 다윗의 정복 사업이 7장에 언급된 다윗 언약 이후에 일어난 일인 줄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할 경우에는 다윗이 모든 대적을 파한 후 평안히 궁에 거했을 때 다윗 언약을 받았다고 한 7:1에 모순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여기서 ‘그 후에’란 용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와예히 아아하레 켄’이 반드시 시간적인 전후 관계를 의미하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용어는 서로 다른 두 내용을 서로 연결시켜 주는 단순 접속어로 많이 사용되었다(2:1, 10:1, 13:1, 15:1, 삿 16:4, 대상 18:1, 19:1, 대하 20:1). 그러므로 이 용어는 여기서 내용 전개가 서로 다른 두 기사(記事)를 연결시키기 위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다윗이 다윗 언약을 받은 때는 본 장에서와 같은 정복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난 다윗 통치 말기의 일임을 이미 앞에서 살펴보았다. 7:1 주석 참조. 한편, 혹자들은 본 장에 기록된 다윗의 정복 사업은 5장에 이미 언급한 예루살렘 정복 사건 이후의 일이라고 주장한다(Payne, J. W. Wevers).
메덱암마를 빼앗으니라
여기에서 ‘메덱암마’는 어느 한 지명(地名)을 의미하지 않고, 블레셋 사람들에게 속한 여러 성읍들을 나타내는 말일 것이다. 왜냐하면 ‘메덱암마’란 ‘어머니의 굴레’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즉 (1) 고대 근동 지방에서는 한 나라의 수도를 가리켜 ‘어머니’라고 불렀다(Keil, Lange, Gesenius). 또한 성경에서도 한 나라의 수도의 통치를 받는 주변 성읍들을 그 수도의 ‘딸들’이라고 기록하였다(수 15:45, 47). 이렇게 볼 때 ‘어머니’란 용어가 의미하는 바는 블레셋 사람들의 다섯 성읍 중 주도권을 장악했던 ‘가드’(Gath)를 가리킴에 틀림없다(삼상 27:2, 5, 29:2-4, 6, 7). (2) 그리고 여기서 ‘굴레’라는 말은 누구에겐가 종속(從屬)된 상태를 의미한다(Gesenius). 따라서 이 말은 가드에 종속된 블레셋의 네 성읍들(가사, 아스돗, 아스글론, 에그론, 수 13:3)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Wycliffe). 이상과 같은 사실에 의거할 때 결론적으로 다윗이 메덱암마를 빼앗았다는 말은 다윗이 블레셋 사람들의 연맹 도시들, 즉 수도인 가드와 나머지 네 성읍 모두를 빼앗았다는 의미이다(대상 18:1). 따라서 이 날의 다윗의 승리는 블레셋에 대한 완전한 승리였다.
사무엘 하 8장 2절
다윗이 또 모압을 쳐서 그들로 땅에 엎드리게 하고 줄로 재어 그 두 줄 길이의 사람은 죽이고 한 줄 길이의 사람은 살리니 모압 사람들이 다윗의 종들이 되어 조공을 드리니라
모압
사해 동쪽에 위치했던 모압은 이스라엘과는 비교적 좋은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신 2:9, 룻 1:1) 다윗이 사울 왕에게 쫓겨 다녔을 때 그에게 친절을 베푼 나라이기도 하다(삼상 22:3, 4). 그런데 다윗이 이러한 나라를 정복하고 잔혹한 방법으로 다스린 것을 보면, 아마도 그 이후 다윗을 알지 못하는 자가 모압의 새로운 왕으로 등극하여, 다윗과 이스라엘을 크게 위협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Lange, Leon Wood). 아무튼 이처럼 다윗이 모압을 정복하고 그들을 조공국으로 삼은 것은 발람의 예언(민 24:17)이 성취된 사건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줄로 재어 … 살리니
여기서 다윗이 죽인 ‘두 줄 길이의 사람’은 장정(壯丁)을 가리킨다. 그리고 ‘한 줄 길이의 사람’은 주로 소년과 노약자를 가리킨다. 따라서 다윗은 싸움에 임할 수 없는 자들은 살려 주고 대신 싸움에 임할 수 있는 자들만을 죽임으로써 모압 사람들의 씨를 말리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세력을 약화시켰다. 이와 관련 대부분의 주석가들은 다윗이 모압 사람 2/3는 죽이고 1/3은 살려 주었을 것으로 추측한다(Keil & Delitzsch, Matthew Henry). 한편 유대 전승(Midrash)은 이러한 다윗의 행위를 가리켜 정당한 복수였다고 주장한다. 즉 과거 다윗이 도피 생활 중에 있을 때 자기 부모를 모압 왕에게 의탁한 적이 있는데(삼상 22:3, 4) 그때 그들이 다윗의 부모를 살해하였으므로 이제 다윗이 그 원한을 갚은 것이라 한다(Keil, Pulpit Commentary, Matthew Henry’s Commentary). 그러나 이는 성경적으로 확실한 근거가 없는 전승에 불과하다.
사무엘 하 8장 3절
르홉의 아들 소바 왕 하닷에셀이 자기 권세를 회복하려고 유브라데 강으로 갈 때에 다윗이 그를 쳐서
소바
소바(Zobah)는 다메섹 북쪽과 레바논 산지의 동쪽에 위치했던 아람 소국(小國)이다. 다윗의 통일 이스라엘 왕국 당시 아람인들은 강력한 통일 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여러 개의 소국가로 분립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중 가장 강력했던 소국이 바로 소바로서 그 영향력은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까지 뻗쳐 있었다. 즉 당시 소바는 요단 동편과 수리아의 통치권을 놓고 이스라엘과 다툴 정도로 강적이었다. 때문에 소바는 사울, 다윗, 솔로몬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과 자주 싸웠다(10:16-18, 삼상 14:47, 왕상 11:23, 24, 대하 8:3).
하닷에셀
소바 왕 하닷에셀의 이름의 뜻은 ‘도움은 하닷이시다’이다. 그런데 ‘하닷’은 당시 수리아의 태양신의 이름이었으니 우리는 그가 이방 신을 숭배하던 자였음을 알 수 있다.
자기 권세를 회복하려고
본 절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때문에 학자들은 다른 의견을 내세우고 있는데 곧 다음과 같다. (1) 삼상 14:47에 의하면, 소바 왕이 사울 왕과 싸워 패배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그때 잃은 지역을 회복하기 위하여 그가 다윗에게 도전했다는 견해이다(Bunsen, Ewald, Lange). 그러나 이 주장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사울 왕의 말기(末期)에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극도로 쇠약해져 블레셋 군에게 위협당하는 입장이었는데(삼상 28-31장), 소바 왕이 그때를 놓치고 다윗 왕 때에 비로소 그 잃은 지역을 회복하려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 본 절의 주어를 하닷에셀이 아닌 다윗으로 보는 견해이다(Keil & Delitzsch). 즉, 다윗은 과거 하닷에셀에게 빼앗겼던 유프라테스 강 지역을 회복하기 위해 나아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견해 또한 다윗이 이전에 유프라테스 강 지역을 한번이라도 장악했던 사실이 없었던 점으로 보아 옳지 않다. (3) 자기의 동맹군이 다윗과의 전투에서 패배하자 수치를 느낀 하닷에셀이 제2차로 군사를 모집하여 다윗에게 도전한 것이라는 견해이다(Keil, Leon Wood). 이 견해는 같은 사건을 보다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10장의 기록과 부합된다. 즉 거기에 보면, 암몬 자손이 다윗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아람 소국들과 동맹한 사실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 동맹군은 다윗 앞에서 패주 하였고 그 동맹군 중 가장 강력한 나라인 소바 왕 하닷에셀은 수치를 느끼게 되었다. 그 결과 그는 군대를 재정비하여 다윗에게 도전하러 나아왔던 것이다(10:15-17).
사무엘 하 8장 4절
그에게서 마병 천칠백 명과 보병 이만 명을 사로잡고 병거 일백 대의 말만 남기고 다윗이 그 외의 병거의 말은 다 발의 힘줄을 끊었더니
마병 천칠백
평행 구절인 대상 18:4에는 ‘병거 천 대와 기병 칠천’으로 나와 있다. 따라서 70인 역(LXX)도 본 절을 대상 18:4와 같이 기록하고 있다. 추측하건대 본 절은 혼동하기 쉬운 히브리어 철자를 착각한 필사자의 오기(誤記)인 듯하다. 즉 여기서 ‘기병’(히, 레켑)이란 말이 탈락된 탓에 ‘칠천’을 가리키는 숫자가 ‘칠백’을 가리키는 숫자와 착각되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Keil & Delitzsch, Lange, Matthew Henry, Pulpit Commentary).
병거의 말은 … 힘줄을 끊었더니
다윗이 이같이 한 이유는 산악 지대가 많은 팔레스타인의 지형상 병거가 적합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궁극적인 이유는 그가 하나님의 말씀(신 17:16)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다. 즉 일찍이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왕 된 자는 말을 많이 두지 말라’고 명하셨는데 이에 따라 다윗은 말을 의지하기보다는 하나님을 보다 더욱 의지한 것이다(Matthew Henry’s Commentary).
사무엘 하 8장 5절
다메섹의 아람 사람들이 소바 왕 하닷에셀을 도우러 온지라 다윗이 아람 사람 이만 이천 명을 죽이고
다메섹의 아람 사람들이 … 도우러 온지라
다메섹은 소바의 바로 아래(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로 아람의 수도이다. 아마도 이곳의 아람인들은 처음에는 동맹군에 가담하지 않고 있다가 다윗이 하닷에셀의 패주병들을 끈질기게 쫓아 그들의 지역에까지 이르게 되자 위기감을 느끼고 소바 왕을 지원하게 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들은 이스라엘 역사상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니었는데 솔로몬 당시에는 다메섹 왕 르손이 이스라엘을 침입했었다(왕상 11:23-25). 그리고 분열 왕국 시대에는 벤하닷이 침입해 왔으며(왕상 15:20) 그 후에도 끊임없는 침입이 있었다(왕상 20:1-12, 왕하 8:25-29, 10:32, 33, 12:7, 18, 16:5).
사무엘 하 8장 6절
다윗이 다메섹 아람에 수비대를 두매 아람 사람이 다윗의 종이 되어 조공을 바치니라 다윗이 어디로 가든지 여호와께서 이기게 하시니라
수비대
이에 해당하는 원어 ‘네치브’는 ‘나차브’, 즉 ‘공고히 하다, 배치하다’는 말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이는 내정 간섭을 위한 총독부나 통치 기관이 아니라 군사적인 도전을 막기 위한 군사기지를 의미한다(삼상 10:5, 13:3).
아람 사람이 … 조공을 바치니라
전쟁에서 패배한 나라가 승리한 나라에 조공을 바치는 것은 고대 근동 지방에서 널리 성행했던 계약 관계였다. 즉, 그 당시 국가 관계를 보여 주는 헷 족속(Hittite)의 계약 문서를 보면 속국의 왕(vassal king)은 종주국의 왕(suzerain king)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조공을 바침으로써 종주국의 불가침 조약(不可侵條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속국의 왕은 여전히 자주권을 가지고 자기 나라를 통치할 수 있었는데, 대신 그 계약 내용을 반드시 이행하여야만 했다. 한편 이상에서처럼 다윗이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까지 세력을 뻗치고 있던 아람족을 정복하며 다메섹에 수비대를 두며 또한 그들로부터 조공을 받게 된 것은 일찍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언약의 성취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장차 이스라엘의 지경(地境)이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까지 이를 것이라고 약속하셨기 때문이다(창 15:18).
사무엘 하 8장 7절
다윗이 하닷에셀의 신복들이 가진 금 방패를 빼앗아 예루살렘으로 가져오고
하닷에셀의 … 금 방패
여기서 ‘방패’에 해당하는 원어 ‘쉘레트’는 성경에서 대개 ‘방패’로 번역되어 있다(왕하 11:10, 대상 18:7, 대하 23:9, 아 4:4, 렘 51:11, 겔 27:11). 그러나 ‘쉘레트’는 비단 방패뿐 아니라 각종 무기류나 기타 여러 도구들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리아역(the Syriac Peshitta)은 본 절의 ‘금 방패’를 ‘금 화살통’으로, 공동번역은 ‘금 장신구’로 각기 번역하고 있다. 아마도 다윗은 하닷에셀을 격파한 후 (3-6절) 그와 그 신하들의 각종 무기류 및 장신구 등을 전리품(戰利品)으로 획득하였을 것이다.
사무엘 하 8장 8절
또 다윗 왕이 하닷에셀의 고을 베다와 베로대에서 매우 많은 놋을 빼앗으니라
베다와 베로대
이들 지명에 대해 확실히 알려진 것은 없다. 그런데 같은 내용의 기록인 대상 18:8에는 ‘베다’가 ‘디브핫’으로, ‘베로대’가 ‘군’으로 표기되어 있다. 추측컨대 이곳은 다메섹 부근에 위치했던 성읍들인 것 같다. 아무튼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다윗의 군대가 이스라엘 지경에서 상당히 먼 지역인 아람 소바의 주요 도시들까지 장악했다는 사실이다.
많은 놋을 빼앗으니라
대상 18:8에는 이 많은 놋이 솔로몬 때에 성전 건축을 위해 사용되었다고 나와 있다. 이러한 사실로 보아 다윗은 성전 건축을 위해 많은 놋을 빼앗아 온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