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하 6장 12절부터 16절까지의 본문에는, 다윗이 하나님의 궤를 오벧에돔의 집에서 다윗성으로 옮겨 오는 가운데 다윗이 힘껏 춤을 추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 중에 미갈이 다윗을 업신여기게 됩니다. 본문을 개역개정 성경으로 읽으며 주석과 해설을 참고하며 묵상하였습니다.
사무엘 하 6장 12절-16절, 주석 및 해설 정리
사무엘 하 6장 12절
어떤 사람이 다윗 왕에게 아뢰어 이르되 여호와께서 하나님의 궤로 말미암아 오벧에돔의 집과 그의 모든 소유에 복을 주셨다 한지라 다윗이 가서 하나님의 궤를 기쁨으로 메고 오벧에돔의 집에서 다윗 성으로 올라갈새
다윗이 가서 … 올라갈새
같은 내용을 더욱 자세히 기록한 대상 15장에는 다윗 왕이 이번에는 하나님의 율법을 철저히 순종하여 법궤를 운송했음을 보여 준다. 즉, 그는 이번에는 수레를 이용하지 않고 레위인들로 하여금 몸을 성결케 하고 모세의 법대로 어깨에 메어 운반하도록 하였다(대상 15:14, 15). 여기서 우리는 다윗 왕이 베레스 웃사 사건 이후에 하나님의 율법을 상고한 후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회개하고 하나님의 율법 위에 굳게 선 것을 보게 된다.
사무엘 하 6장 13절
여호와의 궤를 멘 사람들이 여섯 걸음을 가매 다윗이 소와 살진 송아지로 제사를 드리고
여호와의 궤를 멘 사람들
대상 15:11에 의하면 이들은 제사장 사독과 아비아달, 레위인 우리엘, 아사야, 요엘, 스마야, 엘리엘, 암미나답 이렇게 8명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여섯 걸음을 가매
혹자는 ‘여섯 걸음을 행할 때마다’로 해석하나(Pulpit Commentary) 지지할 수 없는 견해이다. 왜냐하면 이 견해를 따를 경우 다윗이 드린 제물의 총수는 엄청난 것이 될 것인데, 대상 15:26에는 그 수가 모두 수송아지 일곱, 숫양 일곱 마리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증거가 아니더라도 이 견해는 다윗이 약 5m 간격으로 제물을 잡아드렸다는 주장이 되므로 그 제물의 수로 볼 때 너무나 상식 밖이다. 따라서 본 절은 ‘여섯 걸음을 행한 후’를 의미함에 분명하다(Lange, Wevers, Keil, Hertzberg). 그런데 다윗이 여섯 걸음을 행한 후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마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즉 이번에는 출발부터 하나님이 레위인들과 함께 하심을 본 까닭이다(대상 15:16). 다시 말해서 다윗은 궤를 멘 레위인들이 처음 여섯 걸음을 아무 탈 없이 옮기자 이번에는 하나님께서 법궤 운반을 허락해 주신 줄 알고 하나님께 감사의 제사를 드린 것이다(The Interpreter’s Bible, Böttcher, Wycliffe).
다윗이 … 제사를 드리고
혹자는 본 절과 관련, 다윗이 직접 하나님께 제사를 집전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Lange). 그러나 구약 시대 당시 하나님께 대한 공적 제사를 집전할 수 있는 자는 오직 제사장뿐이었다(레 1-6장). 그러므로 이는 다윗이 제사장들에게 명하여 제사를 드린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본 절의 평행 구절에 ‘무리가 … 제사를 드렸더라’(대상 15:26)는 언급이 있는 것만 보더라도 분명하다. 더욱이 과거 사울이 하나님께로부터 버림받게 된 결정적 이유도 사무엘의 직분을 월권하여 스스로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기 때문임을 기억한다면(삼상 13:8-14) 이는 보다 명백해진다.
사무엘 하 6장 14절
다윗이 여호와 앞에서 힘을 다하여 춤을 추는데 그때에 다윗이 베 에봇을 입었더라
힘을 다하여 춤을 추는데
다윗의 종교적 열정과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차고 넘치는 감격적인 기쁨을 잘 드러내 주는 행동이다. 즉 그는 이제야 비로소 하나님의 임재의 표상인 언약궤를 수도 예루살렘에 모시게 된 데 대하여 감격하며 온 몸과 마음으로 이를 기뻐한 것이다(Lange, Pulpit Commentary). 한편 국경일이나 종교 절기, 기타 경사스러운 일을 맞이하여 춤추며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5, 15절)은 이스라엘인들에게 있어서 익숙한 풍습 중 하나였다(출 15:20, 삿 11:34, 시 149:3, 150:4).
베 에봇을 입었더라
베 에봇은 본래 제사장이 직무를 수행할 때 입던 것으로 엉덩이까지 내려오며 소매가 없는 일종의 겉옷이다. 출 28:4 주석 참조. 그러나 여기서 다윗이 입은 베 에봇은 제사장들이 입는 에봇이었다기보다 제사장이 아니라도 특별한 종교의식에 참여할 때 입었던 예복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사실 때문인데 곧 다음과 같다. (1) 당시 다윗뿐 아니라 법궤의 운반 행렬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세마포 겉옷이나 베 에봇을 입었기 때문이다(대상 15:27). (2) 제사장의 적령(適齡)에 이르지 못한 어린 사무엘도 세마포 에봇을 입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삼상 2:18).
사무엘 하 6장 15절
다윗과 온 이스라엘 족속이 즐거이 환호하며 나팔을 불고 여호와의 궤를 메어오니라
즐거이 환호하며
이 말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비트루아’는 ‘환호성을 지르다, 갈채를 보내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이스라엘 백성들이 춤을 추며 환호성을 지르는 것은 특별히 새로운 왕을 환영할 때 보여 준 행동이었다(왕상 1:34, 39, 왕하 11:12, 14, 삼상 10:24). 따라서 다윗과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러한 행동은 언약궤로 상징되는 하나님을 그들 신정 국가의 진정한 왕으로 모시는 기쁨을 표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나팔을 불고
대상 15:28에 의하면 이때 백성들은 비단 나팔(trumpet) 뿐 아니라 이미 5절에 언급된 것과 같은 제금, 비파, 수금 등을 함께 연주하였다.
사무엘 하 6장 16절
여호와의 궤가 다윗 성으로 들어올 때에 사울의 딸 미갈이 창으로 내다보다가 다윗 왕이 여호와 앞에서 뛰놀며 춤추는 것을 보고 심중에 그를 업신여기니라
사울의 딸 미갈이 … 그를 업신여기니라
혹자는 미갈이 다윗을 업신여긴 까닭은, 그녀가 아직도 전 남편인 발디엘(3:15, 16)을 사모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The Interpreter’s Bible). 그러나 이는 추측일 뿐이다. 왜냐하면 본 절은 미갈이 다윗을 업신여기게 된 동기를 그녀가 다윗의 철부지 같은 행동을 본 탓으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갈이 여호와의 궤 앞에서 뛰놀며 춤추는 다윗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업신여기게 된 까닭은 아마 여호와의 궤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사울 왕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대상 13:3). 본서 저자가 미갈을 다윗의 아내로 소개하지 않고 ‘사울의 딸’로 소개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Keil & Delitzsch Commen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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