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하 9장 1절부터 13절까지의 말씀은, 나라의 기초가 견고해진 상황 속에서 다윗이 요나단과의 약속을 기억하는 장면입니다. 다윗은 요나단과 맺었던 약속을 기억하고 사울 가문에 남은 자인 므비보셋을 찾아 약속을 이행합니다. 본문을 개역개정 성경으로 통독하며 관련 주석과 해설을 정리하였습니다.
사무엘 하 9장 1절-13절, 주석 및 해설 정리
사무엘 하 9장 1절
다윗이 이르되 사울의 집에 아직도 남은 사람이 있느냐 내가 요나단으로 말미암아 그 사람에게 은총을 베풀리라 하니라
사울의 집에 아직도 남은 사람이 있느냐
다윗 왕이 이처럼 사울 가문에 대하여 관심을 표명하게 된 때가 정확히 언제인지는 분명치 않다. 때문에 혹자들 간에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논란이 있다. (1) 혹자는 이스보셋이 암살당한 직후(4:5-12)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Thenius).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그때는 다윗이 통일 이스라엘 왕국을 이루기(5:1-3) 전으로서 므비보셋(4:4)이 13세에 불과한 때였기 때문이다(2:10, 11, 5:5). 그러나 본문은 므비보셋이 젊은 아들을 둔 장성한 성인임을 밝히고 있으니(12절) 이치가 맞지 않는 것이다. (2) 또 다른 학자들은 이스라엘과 블레셋 간의 길보아 전투(삼상 31장)가 있은 지 약 20여 년이 지난 때 곧 다윗의 40년 통치 기간 중, 중반기 때(5:4, 5)의 일일 것이라고 주장한다(Pulpit Commentary). 왜냐하면 길보아 전투 당시 므비보셋은 고작 5세에 불과했으나(4:4) 지금은 어엿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12절). 따라서 지금 므비보셋의 나이는 적어도 20세는 넘었음이 분명하다. 한편 이 때는 다윗이 어느 정도 이스라엘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은 때이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은 본 견해를 지지한다(Keil & Delitzsch, Lange, Matthew Henry). 즉 그들은 모두들 그동안 눈코 뜰 새 없이 강력한 통일 이스라엘 왕국 건설에만 전념했던 다윗이 이제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서자 그 옛날 절친했던 친구 요나단과의 언약(삼상 20:14, 15, 42)을 기억했을 것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3) 한편, 러스트(Rust)는 이 사건이 21장에 기록된 기브온 사람들의 보복 사건 이후에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한다. 즉 과거 사울 왕은 이스라엘을 위한 지나친 열심히 기브온 사람들을 무참히 학살한 적이 있었다(21:1). 그런데 이제 시대가 바뀌자 기브온 사람들이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다윗에게 사울 왕의 아들들의 생명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21:7에 보면, 다윗은 그때 므비보셋을 아껴 그를 그들에게 내어주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곧 므비보셋이 이 사건 이전부터 다윗의 보호를 받았다는 분명한 증거가 된다. 그러므로 러스트(Rust)의 견해는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 된다.
내가 요나단 … 베풀리라
다윗이 이처럼 사울의 후손, 그것도 특별히 요나단의 후손을 찾아 선대(善待)하려 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 였다. 첫째, 요나단은 다윗에게 있어 생명의 은인이었기 때문이다(삼상 18:3, 4, 19:1-3, 20:4-42). 둘째, 다윗은 요나단 생전에 그의 가족을 보호해 주기로 언약한 바 있기 때문이다(삼상 20:14, 15, 42). 아무튼 다윗이 은혜를 베풀기 위해 사울 가문의 남은 자를 찾고 있음은 요나단과 다윗 간의 우정이 죽음 이후에도 계속될 만큼 깊고도 성실한 것이었음을 증거해 준다(삼상 18:1-3, 20:42).
은총
구약에서 은총 또는 은혜에 해당하는 말은 ‘헨’과 ‘라촌’, ‘헤세드’ 등이 있다. 이 중 ‘헨’은 단순히 ‘즐겁고 아름다운 것’을 의미하며, ‘라촌’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호의’를 의미한다. 그러나 본 절의 은총에 해당하는 ‘헤세드’는 이와는 달리 언약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2:6 주석 참조. 즉, 이 말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언약(출 19:5, 6)대로 택한 백성에게 부어 주시는 것과 같은 풍성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다(출 15:13, 20:6, 34:6, 신 5:10, The Interpreter’s Bible).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사실에서 다윗이 지난번 요나단과의 언약을 기억하고 그의 후손에게 지극한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삼상 18:3, 20:8, 42).
사무엘 하 9장 2절
사울의 집에는 종 한 사람이 있으니 그의 이름은 시바라 그를 다윗의 앞으로 부르매 왕이 그에게 말하되 네가 시바냐 하니 이르되 당신의 종이니이다 하니라
종 … 시바
종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에베드’는 그 당시 사회에서 가장 비천한 자를 의미한다. 한편, 사울의 종 시바는 훗날 압살롬의 반란을 피해 유랑길에 나섰던 다윗에게 자기의 주인 므비보셋을 모함하고 그 재산을 차지하는데 이로써 그가 간특한 자였음을 알 수 있다(16:1-4, 19:24-30).
사무엘 하 9장 3절
왕이 이르되 사울의 집에 아직도 남은 사람이 없느냐 내가 그 사람에게 하나님의 은총을 베풀고자 하노라 하니 시바가 왕께 아뢰되 요나단의 아들 하나가 있는데 다리 저는 자니이다 하니라
하나님의 은총
이는 곧 다윗이 요나단의 후손에게 베풀고자 하는 은총이 하나님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의미한다. 즉 이제 다윗은 하나님께서 지금껏 자신에게 베풀어주신 은총을 기억하고 그도 타인에게 그 같은 은총을 베풀려 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다윗이 요나단과 맺은 맹세가 곧 하나님을 증인으로 삼은 것이었는 바(삼상 20:14, 15, 42) 이제 그 하나님 앞에서 맹세한 대로 신실히 이행하려 한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Matthew Henry’s Commentary). 즉 다윗은 사울 가문에 은총을 베풀려는 것은 비록 자신이지만 은총을 베풀도록 자신을 주장하신 이는 오직 하나님이심을 이 말을 통해 고백하고 있다. 이는 곧 무슨 일에서든지 먼저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를 잊지 않는 아름다운 하나님 제일주의의 신앙 자세가 아닐 수 없다(고전 10:31).
요나단의 아들 … 다리 저는 자
므비보셋은 다섯 살 때에 사울과 요나단의 전사 소식을 듣고서 급히 도망하던 유모의 팔에서 떨어져 불행히도 다리 저는 자가 되었다(4:4). 한편 본 장에는 므비보셋이 다리 저는 자란 사실이 두 번이나 언급되고 있다(13절). 이는 곧 더 이상 사울 가문에 희망이 없음을 의미함도 있지만(4:4 주석 참조), 여기서는 무엇보다 므비보셋이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친아들처럼 사랑한 다윗의 사랑과 인격을 강조하기 위함이다(11절). 그런데 이는 오늘날 영적 장애인과 같은 우리들에게도 그리스도와의 언약을 기억하고 영생의 축복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시사해 주기에 충분하다(사 36:5, 렘 31:8, 요 3:16, 엡 2:12, 13, 히 12:12).
사무엘 하 9장 4절
왕이 그에게 말하되 그가 어디 있느냐 하니 시바가 왕께 아뢰되 로드발 암미엘의 아들 마길의 집에 있나이다 하니라
로드발
이곳의 정확한 위치는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17:27에 의하면 로드발은 요단 강 건너편 마하나임 부근의 한 성읍이었을 것이다. 혹자는 이곳이 수 13:26에 언급된 ‘드빌’(Debir)이라고도 주장하는데 확실한 증거가 없다(Keil & Delitzsch). 한편 ‘로드발’이란 말은 ‘목초가 없는’이란 뜻으로서 그 곳은 일종의 황무지와 같은 척박한 지역이었음을 시사해 준다.
마길
그의 이름이 17:27에도 언급되어 있는데, 거기에서 그는 압살롬의 반란을 피하여 마하나임에 도착한 다윗과 그의 종자들에게 후히 선대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런 사실을 통해 볼 때 마길은 곤경에 처한 자를 돌볼 줄 아는 사랑의 정신을 지닌 자이자 그에 필요한 재물도 넉넉히 가졌던 자임을 알 수 있다.
사무엘 하 9장 5절
다윗 왕이 사람을 보내어 로드발 암미엘의 아들 마길의 집에서 그를 데려오니
사무엘 하 9장 6절
사울의 손자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이 다윗에게 나아와 그 앞에 엎드려 절하매 다윗이 이르되 므비보셋이여 하니 그가 이르기를 보소서 당신의 종이니이다
므비보셋
본명은 ‘므립바알’이다(대상 8:34). 그러나 ‘바알’이란 말이 이방 신의 이름이란 이유로 후대에 ‘므비보셋’으로 개명(改名)되었다. 4:4 주석 참조.
당신의 종
이처럼 므비보셋은 자기를 가리켜 다윗의 종이라고 겸허한 자세를 취하였다. 여기서 ‘종’이란 이미 앞에서 나온 ‘에베드’로 ‘노예’를 의미한다. 2절 주석 참조.
사무엘 하 9장 7절
다윗이 그에게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내가 반드시 네 아버지 요나단으로 말미암아 네게 은총을 베풀리라 내가 네 할아버지 사울의 모든 밭을 다 네게 도로 주겠고 또 너는 항상 내 상에서 떡을 먹을지니라 하니
무서워하지 말라
왕위에 오르면 일단 정적(政敵)과 그 일가 친족들을 모조리 진멸하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반적 관례였다. 따라서 므비보셋은 그 같은 관습에 따라 다윗 왕이 자기를 죽이지 않을까 염려하였을 터인데 본 절은 바로 그러한 므비보셋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려는 다윗의 애정 어린 분부이다(Keil, Lange).
사울의 모든 밭을 다 네게 도로 주겠고
사울의 밭은 기브아에 있던 그의 사유지를 의미하는데(삼상 10:26) 아마도 이 말은 그동안 시바가 관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따라서 다윗의 이러한 약속은 간교한 시바에게는 큰 실망 거리였겠으나 마길의 집에 숨어 살던 므비보셋에게는 더 없는 기쁨이었을 것이다.
내 상에서 떡을 먹을지니라
이 말의 의미는 이중적으로 볼 수 있다. 즉, 이 말은 말 그대로 다윗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말은 또한 상호 간의 아름다운 교제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시 69:22, 128:3, 단 11:27). 따라서 이 말은 다윗과 므비보셋이 함께 식사를 나누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서로 아름다운 교제의 왕래가 있을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Rust).
사무엘 하 9장 8절
그가 절하여 이르되 이 종이 무엇이기에 왕께서 죽은 개 같은 나를 돌아보시나이까 하니라
죽은 개 같은 나
유대인들은 개를 멸시하였다(출 22:31, 삼상 17:43, 24:14, 왕하 8:13, 시 22:16, 20). 더구나 ‘죽은 개’란 시체를 의미하는데 모세 율법에서 시체는 아주 부정한 것으로 간주하여 가까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레 22:4). 따라서 본 절은 가장 보기 싫고 하찮은 인간을 비유한 말임을 알 수 있다. 3:8 주석 참조. 이처럼 므비보셋이 자신을 극도로 비하시켜 표현한 것은 아마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1) 다윗 왕의 큰 은혜에 감격하였기 때문이다. (2) 또한 그 자신이 다윗 왕의 은혜를 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임을 알았기 때문이다(Keil, Lange).
사무엘 하 9장 9절
왕이 사울의 시종 시바를 불러 그에게 이르되 사울과 그의 온 집에 속한 것은 내가 다 네 주인의 아들에게 주었노니
아들
여기에서 아들은 손자(grandson)를 의미한다. 즉 므비보셋은 요나단의 아들로서 사울의 손자인 것이다. 히브리인들은 아들이나 손자를 모두 ‘벤’이란 말로 표현한다. 6:3 주석 참조.
사무엘 하 9장 10절
너와 네 아들들과 네 종들은 그를 위하여 땅을 갈고 거두어 네 주인의 아들에게 양식을 대주어 먹게 하라 그러나 네 주인의 아들 므비보셋은 항상 내 상에서 떡을 먹으리라 하니라 시바는 아들이 열다섯 명이요 종이 스무 명이라
네 주인의 아들에게 양식을 대주어 먹게 하라
여기서 ‘아들’이란 말은 므비보셋 한 개인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아내와 자식들을 거느리고 있는 한 가족의 대표자 므비보셋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므비보셋 개인은 다윗과 한 식탁에서 식사를 하도록 되어있는 바(7, 13절) 시바가 공궤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절의 실제적인 의미는 ‘네 주인의 가족들을 공궤 하라’는 말임을 알 수 있다(Keil, Lange).
시바는 … 종이 스무 명이라
본 절은 적어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실을 시사해 준다. (1) 시바가 므비보셋과 그의 가족을 공궤 하기 위하여 밭을 경작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노동력을 소유하고 있었다(Lange, Matthew Henry). (2) 사울의 종 시바가 그동안 사울의 유산 중 상당 부분을 유족(遺族)에게 돌리지 않고 착복했을 것이다(Pulpit Commentary). 시바의 이 같은 사악하고 간교한 성품은 후에도 여실히 나타난다(16:1-4, 19:26, 29).
사무엘 하 9장 11절
시바가 왕께 아뢰되 내 주 왕께서 모든 일을 종에게 명령하신 대로 종이 준행하겠나이다 하니라 므비보셋은 왕자 중 하나처럼 왕의 상에서 먹으니라
므비보셋은 … 먹으니라
이와 똑같은 구절이 본 장에서 모두 4회나 반복되어 나온다(7, 10, 13절). 이는 본서 저자가 요나단과의 언약(삼상 20:14, 15, 42)을 철저히 이행하는 다윗의 의리와 사랑을 잘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록한 것임이 분명하다. 한편, 혹자는 다윗이 이처럼 므비보셋을 선대한 이유에 대하여 다윗이 므비보셋의 세력을 처음부터 견제하기 위해 그를 자기 가까이에 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Hertzberg). 그러나 그 같은 주장은 본서 전체에 나타난 다윗의 성품과는 상반된 것이다.
사무엘 하 9장 12절
므비보셋에게 어린 아들 하나가 있으니 이름은 미가더라 시바의 집에 사는 자마다 므비보셋의 종이 되니라
어린 아들 … 미가
여기서 ‘어린’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카톤’은 정확히 어떠한 연령층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대개 나이 어린 층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면 무난하다. 한편 이러한 므비보셋의 아들 미가는 후에 많은 자손들을 갖게 되며 이 자손들은 이스라엘의 용사(勇士) 및 지도적인 인물들이 되었다(대상 8:35-40, 9:40-44).
사무엘 하 9장 13절
므비보셋이 항상 왕의 상에서 먹으므로 예루살렘에 사니라 그는 두 발을 다 절더라
그는 두 발을 다 절더라
므비보셋의 약점과 그에 대한 다윗의 은혜를 서로 대조시키고 있다. 즉 이와 같이 본서 저자는 이 둘을 대조시켜 놓음으로써 므비보셋에 대한 다윗의 사랑이 극진하며 또한 헌신적인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The Interpreter’s Bible). 3절 주석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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