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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보며 성경 읽기/10 사무엘 하

사무엘 하 3장 17절-26절, 주석 및 해설 정리

사무엘 하 3장 17절부터 26절까지의 말씀에는, 평화를 사이에 두고 반대하는 요압이 행한 일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윗과 아브넬 사이에 평화 조약을 맺고 자연스럽게 다윗이 이스라엘 전체의 왕이 될 상황에 놓였지만, 요압이 꾸미는 음모로 인하여 위기를 맞게 됩니다. 사무엘 하 3장 17절부터 26절까지의 본문을 주석과 해설을 참조하여 개역개정 성경으로 읽습니다.

 

 

사무엘 하 3장 17절-26절, 주석 및 해설 정리
사무엘 하 3장 17절-26절, 주석 및 해설 정리

 

 

사무엘 하 3장 17절-26절, 주석 및 해설 정리

 

 

사무엘 하 3장 17절

 

아브넬이 이스라엘 장로들에게 말하여 이르되 너희가 여러 번 다윗을 너희의 임금으로 세우기를 구하였으니

 

너희가 … 다윗을 너희의 임금 세우기를 구하였으니

본 절은 아브넬이 이스보셋과 다툰 후(7-11절) 아브넬과 장로들 사이에 접촉이 있었음을 보여 준다. 그때에 분명히 아브넬은 다윗을 흠모하는 장로들의 마음을 읽었던 것이다(Hertzberg). 아마도 그들은 기브온 전투에서의 패배 이래(2:12-32) 이스보셋 정권에 대하여 회의를 품고 다윗에게로 마음이 기울어졌을 것이다. 아무튼 이와 같은 사실은 당시 이스보셋이 아브넬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얼마나 환영받지 못했던 무능한 인물이었는가를 보여 준다.

 

여러 번

이에 해당하는 ‘테몰 쉴솜’을 직역하면, ‘어제도 그저께도’란 뜻이다(Keil & Delitzsch). 이 말은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다윗을 흠모하는 마음이 얼마나 깊었는가를 잘 보여 준다. 따라서 다윗이 이제라도 온 이스라엘 왕위에 오르는 것은 억지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이처럼 하나님의 나라는 인간의 억지나 무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마 13:31-32).

 

 

사무엘 하 3장 18절

 

이제 그대로 하라 여호와께서 이미 다윗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 내가 내 종 다윗의 손으로 내 백성 이스라엘을 구원하여 블레셋 사람의 손과 모든 대적의 손에서 벗어나게 하리라 하셨음이니라 하고

 

내가 내 종 다윗의 손으로 … 벗어나게 하리라

이같은 아브넬의 진술 내용 역시 성경에서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아마 이는 그 당시 온 이스라엘에 퍼져 있던 예언적 전승이었을 것이다(Lange, Pulpit Commentary). 그런데 만일 아브넬이 이 전승을 믿고 있었다면, 지금까지 이스보셋을 보필하여 온 그의 행동은 하나님의 뜻을 거부한 것이 된다. 따라서 그의 말은 지나친 모순을 지니고 있다. 즉 아브넬은 자신의 명예와 이권에 집착하여 기회주의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사무엘 하 3장 19절

 

아브넬이 또 베냐민 사람의 귀에 말하고 아브넬이 이스라엘과 베냐민의 온 집이 선하게 여기는 모든 것을 다윗의 귀에 말하려고 헤브론으로 가니라

 

베냐민 사람의 귀에 말하고

베냐민 지파는 왕가(王家)로부터 특별한 우대를 받고 있는(삼상 22:7) 사울 왕가의 출신 지파였다. 따라서 베냐민 지파는 다윗의 옹위(擁衛)를 반대하고 이스보셋을 지켜줄 마지막 보루였다. 그러므로 아브넬은 특별히 그들을 설득하는 데 신경을 썼던 것이다(Keil & Delitzsch, Wycliffe).

 

베냐민의 온 집이 선히 여기는

이상과 같은 지위에도 불구하고 베냐민 사람들이 아브넬의 말을 선히 여겼다는 것은 이스보셋과 사울 왕가의 완전한 몰락을 시사해 주는 사건이기에 충분하다.

 

 

사무엘 하 3장 20절

 

아브넬이 부하 이십 명과 더불어 헤브론에 이르러 다윗에게 나아가니 다윗이 아브넬과 그와 함께 한 사람을 위하여 잔치를 배설하였더라

 

아브넬이 … 헤브론에 이르러

아브넬은 이미 밀사(密使)를 보내 다윗을 돕겠다는 의사를 타진한 적이 있었다(12절). 그리고 이스보셋에게 압력을 가하여 다윗의 요구대로 미갈을 돌려보내기까지 하였다(13-16절). 그리하여 다윗으로부터 어느 정도 신뢰와 호의를 얻은 그는, 이제 확실한 신변의 안전과 지위를 보장받기 위하여 친히 다윗을 찾아가 최후 협상을 벌이려 하고 있다.

 

다윗이 … 잔치를 배설하였더라

한 나라의 실권자를 위해 잔치를 베푼 것은 단순히 즐긴다는 의미 보다는 쌍방 간의 언약을 확증한다는 의미(창 26:28-31, 31:53-55)를 가진다(Lange). 따라서 다윗이 아브넬을 위해 잔치를 배설한 것은 (1) 아브넬이 제시한 언약이 기만(欺瞞)이 아니었음을 그가 믿었고, (2) 이와 같은 움직임을 그가 자기와의 언약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섭리로 이해했다는 증거가 된다.

 

 

사무엘 하 3장 21절

 

아브넬이 다윗에게 말하되 내가 일어나 가서 온 이스라엘 무리를 내 주 왕의 앞에 모아 더불어 언약을 맺게 하고 마음에 원하시는 대로 모든 것을 다스리시게 하리이다 하니 이에 다윗이 아브넬을 보내매 그가 평안히 가니라

 

내 주 왕

아브엘이 처음으로 다윗을 주(lord)라고 부르는 장면이다. 즉 지금까지 이스보셋을 자신의 주인으로 섬겼던 그(2:8-10)가 이제는 다윗을 새 주인으로 섬기겠다고 공식 표명을 한 것이다(Lange).

 

온 이스라엘 무리를 … 더불어 언약을 맺게 하고

이 말은 공식적으로 다윗을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서 왕으로 추대하겠다는 말이다(Keil & Delitzsch, Lange, Matthew Henry, Pulpit Commentary). 즉 성경에 보면, 왕이 공식적으로 왕위에 오를 때 백성들과 언약을 맺었으며 백성들은 왕을 순전히 따를 것을 서약했다(5:1-3, 삼상 11:15).

 

마음에 원하시는대로 … 다스리시게 하리이다

여기서도 우리는 아브넬의 교만과 인본주의적(人本主義的)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왜냐하면, (1) 그는 자신이 능히 다윗에게 온 이스라엘의 왕권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하시는 자를 왕위에 올리기도 하시고 폐하기도 하시는 이는 전우주의 통치자 되시는 하나님뿐이시다(사 45:9). (2) 그는 다윗이 장차 온 이스라엘의 왕이 되면 다윗의 뜻대로 나라를 통치할 줄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정(神政) 왕국의 왕인 다윗은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님의 뜻대로 나라를 다스려야 할 뿐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하였다.

 

 

사무엘 하 3장 22절

 

다윗의 신복들과 요압이 적군을 치고 크게 노략한 물건을 가지고 돌아오니 아브넬은 이미 보냄을 받아 평안히 갔고 다윗과 함께 헤브론에 있지 아니한 때라

 

요압이 적군을 치고 … 돌아오니

아마도 요압이 싸움터에 나가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다윗은 아브넬과의 중요한 협상을 위해 요압을 일부러 변방에 파견했을 것이라는 말이다(Pulpit Commentary, Lange, The Interpreter’s Bible). 그것은 아마 다음 두 가지 목적에서였을 것이다. (1) 당시 지나치게 강한 세력을 갖고 있던 요압(39절)을 견제하고, 아브넬과의 협상에서 그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함이었다. (2) 요압과 아브넬 사이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크게 노략한 물건

요압이 유다를 공격해온 적들을 물리치기 위해 출정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변경 지대에 약탈하러 나갔었음을 시사해 주는 말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이같은 노략물로 군대를 유지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삼상 27:8-9).

 

 

사무엘 하 3장 23절

 

요압 및 요압과 함께 한 모든 군사가 돌아오매 어떤 사람이 요압에게 말하여 이르되 넬의 아들 아브넬이 왕에게 왔더니 왕이 보내매 그가 평안히 갔나이다 하니

 

왕이 보내매 그가 평안히 갔나이다

다윗도 전에 아브넬에게 죽임당한 아사헬과 같은 유다 지파이자, 더욱이 그의 외삼촌이었는 바(2:28) ‘피의 복수’(14:7, 민 35:19)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런데도 다윗이 아브넬을 그냥 돌려보냈다는 가시 돋친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사무엘 하 3장 24절

 

요압이 왕에게 나아가 이르되 어찌 하심이니이까 아브넬이 왕에게 나아왔거늘 어찌하여 그를 보내 잘 가게 하셨나이까

 

개요

다윗이 아브넬과 모종의 협상을 체결한 후 그를 평안히 보낸 것에 대해 요압이 불평한다. 이 불평은 표면상 다윗을 위하는 것처럼 표현되었으나 실상 그가 불평한 이유를 보면 다음과 같다. 즉 (1) 다윗이 중요한 협상에서 자기를 배제시킨 데서 느끼는 불쾌감, (2) 다윗이 자기보다 아브넬을 신뢰 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3) 아사헬을 죽인 아브넬에 대한 복수심 등이다(2:23, 27, 30).

 

어찌하여 … 하셨나이까

요압의 방자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장면이다. 즉 그는 마치 다윗이 국사(國事)를 진행함에 있어서 모든 일을 자신과 의논한 후에 처리했어야 했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사무엘 하 3장 25절

 

왕도 아시려니와 넬의 아들 아브넬이 온 것은 왕을 속임이라 그가 왕이 출입하는 것을 알고 왕이 하시는 모든 것을 알려 함이니이다 하고

 

왕도 아시려니와 … 왕을 속임이라

요압은 아브넬의 방문 목적을 매도하기 위하여 먼저 아브넬의 인물 됨됨이에 대하여 다윗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출입하는 것

이 말은 다음에 나오는 ‘왕이 하시는 모든 것’과 같은 의미의 관용어이다(신 28:6, 31:2, 왕하 19:27, 시 121:8).

 

 

사무엘 하 3장 26절

 

이에 요압이 다윗에게서 나와 전령들을 보내 아브넬을 쫓아가게 하였더니 시라 우물 가에서 그를 데리고 돌아왔으나 다윗은 알지 못하였더라

 

시라 우물

이곳이 어디인지에 대하여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1) 이곳은 헤브론 북방 약 4 km 지점으로, 거기에는 대상(隊商)들을 위한 숙박 시설이 있었다는 견해이다(Josephus). (2) 헤브론 북서쪽, 곧 예루살렘 방면으로 2.4 km 지점에 위치한 오늘날의 ‘아인 사라’(Ain Sarah) 저수지라는 견해이다(R. Young). 이 두 견해 중 어느 것이 보다 정확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아브넬은 뜨거운 사막의 열기를 피하여 이곳에서 쉬면서, 행군하기에 알맞은 서늘한 저녁때를 기다리다가 요압이 보낸 전령들을 만나게 되었을 것이다(Pulpit Commentary).

 

그를 데리고 돌아왔으나

요압이 다윗의 이름을 이용하여 아브넬을 데리고 왔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왜냐하면 아브넬은 전에 요압의 아우 아사헬을 죽인 연고로 요압을 경계했을 것이다(2:22-23). 그리하여 요압이 자신의 이름으로 그를 불렀을 경우 아브넬은 틀림없이 응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요압은 다윗이 미처 아브넬에게 못다한 말이 있는 것처럼 꾸며서 별다른 의심을 사지 않고 아브넬을 헤브론으로 소환했을 것이다(Keil & Delitzsch, Lange, Pulpit Commentary).